나는 미술학원을 다녀 본 적이 없다. 그림을 그릴 때 특출난 도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핸드폰 앱을 켜고 엄지손가락으로 그리는 게 전부다.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와 동일한 조건이다.그림은 초등학생 때부터 꾸준히 그렸다. 이런 경우부터 여태까지 사진 실력은 어떤 방식으로 변했을까. 똑같은 현대인을 그린 사진들을 찾아봤다. 헝가리 출신 모델 바바라 팔빈이 있을 것입니다. 팔빈은 아마 그대로였을 텐데, 내 사진 속 팔빈은 변했다. 변한 건 내 그림 실력일테다.어렸을 적부터 내 그림을 본 부모님의 현상은 한결같았다. 아빠는 엄청나게 감탄하면서 주변 청년들에게 침이 마르도록 내 사진 자랑을 하셨다. 고맙긴 한데, 미술 전공자에게까지 자랑할 경우는 좀 머쓱하기도 했다. 덕에 나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내가 사진도 그린다는 걸 안다.처음부터 잘 그렸을 리 없지만, 아빠의 칭찬 덕에 나는 진짜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라 믿었다. 팔빈을 첫 번째, 두 번째 그렸을 때까지 그랬다.…See More